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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서 터지는 별



« 어서들 와보시게, 나는 지금 별들을 맛보고 있다네! » 동 삐에르 페리뇽.


흔히 스파클링 와인을 부를때 쓰는 샴페인은 실은 프랑스의 한 지역이름입니다. 샹파뉴 Champagne, 파리에서 동쪽 알자스 방향으로 두시간을 가면 샹파뉴의 주도인 렝스 Reims 에 닿습니다. 렝스 남쪽 렝스산 기슭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그 중심에 스파클링 와인의 수도 에뻬르네 Epernay 가 있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면 어디나 만듭니다. 하지만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에만 샹파뉴라고 쓸 수 있습니다. 그 외 지역의 것들은 크레망 Crémant 이라고 부릅니다. 크레망-드-부르고뉴 하는 식이죠.

샹파뉴는 와인이 잘못되서 생겨났습니다! 우선, 와인은 포도즙을 짜내서 효모를 섞어 발효시킨 것입니다. 효모가 포도즙에 있는 당분을 완전히 소모시키면 발효가 끝나는 거죠. 이 과정은 길어야 4주정도면 끝납니다. 발효가 끝나면 참나무통이나 병에 담아 바로 팔기도, 몇년의 시간을 묵힌 후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발효는 효모균이 활동할 적정온도가 필요한데,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당분이 남은 채로 발효가 멈춥니다. 당분이 남은 채로 병에 담겼다가 날이 풀리면서 다시 발효되는데, 이때 생기는 가스는 도망갈 데가 없어 병에 갇히는 거죠. 그러다가 병마개를 날려버리기도, 병을 폭발시켜 버리기도 했답니다. 추운 동네에서 우연히 생기는 희귀 불량품, 샹파뉴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오비에 마을에서의 전경
Panorama de Hautvillers, Champagne

수도사 동 삐에르 뻬리뇽은 렝스산 Montaigne de Reims 기슭, 아름다운 석양과 포도밭에 둘러싸인 마을 오빌레 Hautvillers 의 수도원에서 연구 개발에 매진했고 수많은 샹파뉴 도메인들을 잉태한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17세기, 태양왕 루이14세와 동시대를 산 인물입니다. 가방가게로 유명한 LVMH 그룹 도메인인 모에&샹동이 만드는 라벨, 동페리뇽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죠. 수도원은 모에&샹동의 사유지이지만, 틀림없이 취한채 성당에 잠들어있을 동 뻬리뇽은 추모하실 수 있습니다.

과시와 위엄, 바로크의 아이콘 루이14세 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와인, 샹파뉴! 그의 만찬은 온통 반짝임으로 넘칩니다. 쏟아내리는 폭포의 포말같은 샹들리에가 촛불을 서로 주고 받으며 흩뿌리고, 벽을 덮은 거울과 유리 그리고 하얀 식탁보가 샐틈없이 반짝임을 쓸어 담습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빛은 잘 닦은 은식기를 빛내고 식탁 안쪽에 늘어세운 크리스탈 잔에 다다릅니다. 잔에 새긴 예리한 문양들은 빛의 포말을 다시 섬세하게 부수어 피워 올리고, 그 반짝임의 향연 속에 드디어 은은하고 우아한 컬러를 담습니다. 반짝이며 떨어지는 술방울이 잔에 닿자마자 갸냘프지만 도도한 향기의 폭죽들이 잔을 박차고 솟아오르고, 바위를 때리는 물방울 마냥 산산이 쪼개져 퍼집니다. 반짝임은 눈에서 귀로, 코에서 입으로 터져나가서 머릿속마저 반짝이게 합니다. 그 자리에 앉은 이들은 별을 마시며, 별자리가 된 신들과 잔을 기울이는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을 겁니다. 어찌 샹파뉴를 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요?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나요!


« 나는 단 두 경우에만 샹파뉴를 마신다. 하나는 내가 사랑에 빠져있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을 때다. » 코코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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